성녀 고순이 바르바라는 1801년 신유박해 당시 순교한 고광성의 딸로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지혜롭고 신념이 굳은 인물로 알려졌으며, 아버지가 목숨으로 증명한 신앙을 깊이 본받아 경건한 신앙생활에 힘썼습니다.

18세에 그녀는 열성적인 신자였던 박종원 아우구스티누스와 혼인하여 세 자녀를 두었고, 가정을 신앙과 교육의 중심지로 삼아 모범적인 신자 가정을 꾸렸습니다. 남편 박종원은 당시 교우들의 회장을 맡고 있었으며, 바르바라는 그의 자선 활동을 적극 도왔습니다. 그녀는 냉담한 신자들을 권면하고, 신앙에 무지한 이들을 가르쳤으며, 특히 여성 병자들을 정성껏 돌보는 데 헌신했습니다.

선교사들이 조선에 입국한 이후, 그녀는 성사를 통해 더욱 깊은 은총을 체험하며 신앙심을 다졌습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체포되자, 바르바라는 그와 고난을 함께하기 위해 자진하여 관아에 나아가려 했지만, 박해자들이 먼저 그녀를 붙잡아 투옥했습니다. 체포 당시 그녀는 오히려 기쁨을 표현하며 “이런 은혜를 어찌 갚을 수 있을까. 나는 천주를 위해 순교함으로써 그분께 보답하겠다”고 말해, 그녀의 신앙이 얼마나 확고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감옥에서 부부는 다시 만나 서로를 축복하며, 고통의 길을 함께 걸어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포장은 두 사람을 함께 불러 배교를 강요했지만, 부부는 단호히 거절했고, 그로 인해 같은 형벌을 받았습니다. 바르바라는 여섯 차례에 걸쳐 극심한 고문을 당해 팔과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할 정도가 되었지만, 그녀는 마음의 평온을 잃지 않았습니다.

열흘 뒤, 형조로 다시 끌려간 그녀는 더욱 심한 고문을 받았고, 살이 벗겨질 정도로 매질을 당했습니다. 이후 사형이 선고되었고, 바르바라는 처형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순교의 순간을 준비했습니다. 마침내 1801년 12월 29일, 그녀는 다른 여섯 명의 신자와 함께 서소문 밖에서 참수당해 순교하였으며, 당시 그녀의 나이는 42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