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소

Narcissus

나르치소 (Narcissus)

성 나르키수스(또는 나르치소)는 2세기 초, 그리스에서 태어난 인물로, 초기 교회 시대의 중요한 주교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의 젊은 시절이나 초기 생애에 대해서는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190년경 예루살렘의 제3대 주교로 임명되었을 당시에는 이미 고령이었으며, 지혜와 경건함으로 존경받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교구 내에서 엄격한 규율을 시행하며 교회의 질서를 바로잡는 데 힘썼고, 이로 인해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는 부활절 날짜를 정하는 문제에 깊이 관여했는데, 팔레스티나의 카이사레아(Caesarea)에서 열린 지역 회의를 주재하며, 부활절은 유대력 니산(Nisan)월 14일 이후 첫 번째 주일(일요일)에 지켜야 한다는 로마 전례와 교황 성 빅토르 1세(재위: 189–199)의 입장을 지지했습니다.

하지만 이 결정은 당시 일부 교회 공동체, 특히 니산월 14일 자체를 부활절로 기념하던 전통을 고수하던 이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나르키수스는 이로 인해 모함을 받고 주교직에서 물러나야 했으며, 그는 이 시기를 오히려 은수 생활을 실천할 기회로 삼아 사막으로 들어가 조용히 기도와 묵상의 삶을 이어갔습니다.

수년 후, 예루살렘 교회 신자들의 간절한 요청에 따라 그는 다시 주교직에 복귀하게 되었고, 고령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이끌었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16세에 달했다고 전해지며, 그는 자신의 연로함을 고려해 카파도키아 출신의 성 알렉산데르(3월 18일 축일)를 보좌 주교로 임명했습니다. 알렉산데르는 이후 나르키수스의 뒤를 이어 예루살렘 교회를 이끌게 됩니다.

성 나르키수스의 죽음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교회사학자 에우세비우스(Eusebius of Caesarea)의 교회사를 통해 그의 생애와 몇 가지 기적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일화는 파스카 성야에 발생한 기적입니다. 성소를 밝힐 기름이 떨어졌을 때, 그는 부제들에게 물을 길어오게 한 뒤 그것을 등잔에 부었고, 그 물이 기름으로 변해 등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올랐다고 합니다.

로마 순교록(Martyrologium Romanum)은 성 나르키수스를 “성덕과 인내, 믿음의 모범”으로 칭하며, 그가 116세의 나이로 평화롭게 하느님께 돌아갔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2001년에 개정되고 2004년에 일부 수정된 최신 로마 순교록에서도 그의 축일을 10월 29일로 기념하며, 부활절 날짜를 주일에 지키는 전통을 확립하는 데 있어 교황 성 빅토르 1세와 뜻을 같이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