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말라키아스(Malachias, 또는 말라키)는 1094년경 북아일랜드 아마(Armagh)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아버지는 지역 수도원 학교의 강사였습니다. 젊은 시절 그는 은수자 임하르 오하간(Imhar O’Hagan)의 제자가 되어 아마의 대주교 성 첼소(Celsus, 축일 4월 1일)를 도와 그레고리오 개혁을 실천하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 20세의 말라키는 오하간이 이끄는 수도 공동체에 입회하여 수도승이 되었고, 1119년경 성 첼소에게 사제품을 받았습니다.

당시 아일랜드는 정치적 혼란과 노르만의 침략으로 고통받고 있었으며, 교회 조직은 약화되고 성직자 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말라키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회 개혁에 헌신했고, 성 첼소가 더블린으로 떠난 뒤에는 교구장 대리로서 아마 교구를 돌보았습니다. 그는 로마 교회의 전례와 관습을 도입하려 노력했지만, 초기에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후 성 첼소의 허락을 받아 리스모어(Lismore)로 가서 워터퍼드(Waterford)의 성 말코(Malchus, 축일 4월 10일) 주교 아래에서 교회 개혁과 수도 생활에 대한 학문을 이어갔습니다.

1123년, 말라키는 고향 근처 뱅거(Bangor)에 위치한 오래되었지만 방치된 수도원을 삼촌으로부터 물려받았습니다. 그는 아마에서 온 열 명의 수도승과 함께 이 수도원을 복원했고, 이듬해 다운과 코너(Down and Connor) 교구의 주교로 임명되었습니다. 그는 뱅거 수도원에 머물며 교구민의 신앙을 일깨우고 지역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1127년, 도적들이 뱅거 수도원을 습격하자 그는 다른 수도승들과 함께 리스모어로 피신했고, 그곳에 새로운 수도원을 세워 사목과 교육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1129년, 성 첼소가 선종하자 말라키는 그의 후계자로 아마의 주교로 임명되었지만, 첼소 가문이 오랫동안 주교좌를 세습해온 전통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며 말라키의 생명까지 위협했습니다. 그는 잠시 데리(Derry) 수도원으로 피신했다가 지지자들의 도움으로 1134년에야 주교직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수년간의 갈등 속에서도 말라키는 그레고리오 개혁을 추진했고, 1137년에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인 데리의 수도원장 갈라(Galla)를 후임자로 추천하며 아마의 주교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이후 그는 다운과 코너 교구를 분할하여 다운패트릭(Downpatrick) 중심의 다운 교구를 맡았습니다.

1139년, 말라키는 아일랜드 교회의 개혁과 조직 정비를 위해 교황 인노첸시오 2세(Innocentius II)를 만나기 위해 로마로 향했습니다. 비록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는 교황 특사로 임명되어 로마 전례의 도입과 교회 개혁을 계속 추진하라는 사명을 받았습니다.

귀국길에 그는 시토회 중심지인 클레르보(Clairvaux) 수도원에 들러 성 베르나르도(Bernardus, 축일 8월 20일)를 만났고, 일행 중 네 명을 그곳에 남겨 수도 생활을 배우게 했습니다. 이후 1142년, 그는 성 베르나르도의 도움을 받아 아일랜드 최초의 시토회 수도원인 멜리폰트(Mellifont)를 설립했습니다. 이때 복자 크리스티아노 오코나키(Christian O’Conarchy, 축일 3월 18일)와 동료 수도승들이 파견되어 시토회 정신을 아일랜드에 전파하는 데 헌신했습니다.

말라키는 교황 특사로서 8년간 활동한 뒤, 1148년 아일랜드 교회 개혁에 대한 교황의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두 번째 로마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여행 중 열병에 걸려 클레르보 수도원에 도착했고, 성 베르나르도가 지켜보는 가운데 11월 2일 선종했습니다. 그는 그곳 수도원에 묻혔으며, 성 베르나르도가 그의 생애를 기록한 전기를 남기면서 말라키에 대한 공경은 클레르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190년, 교황 클레멘스 3세는 그의 공경을 공식 승인하며 성 말라키는 아일랜드 최초의 시성된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의 축일은 위령의 날과 겹치지 않도록 11월 3일로 옮겨 기념되고 있습니다.

『로마 순교록』은 11월 3일자 목록에서 성 말라키를 “당대의 덕행으로 명성을 얻은 아마의 주교”로 기록하며, 그의 전기가 성 베르나르도에 의해 쓰였음을 전합니다. 2001년 개정되고 2004년 일부 수정된 『로마 순교록』은 그의 선종일인 11월 2일을 축일로 기념하며,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 지방 클레르보 수도원에서 아일랜드 다운과 코너의 주교였던 성 말라키가 성 베르나르도 수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님께 영혼을 봉헌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는 말라키 오모르(Malachy, Malachi O’More, O’Mongoir, 또는 O’Morgair)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