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첸시오

Vincent

빈첸시오-Vincent (10-28)

전해 내려오는 전승에 따르면, 성 빈첸티우스(또는 빈첸시오)는 고대 로마 제국 시대, 에스파냐 중서부에 살던 신앙 깊은 젊은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당시 로마 제국은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통치 아래 있었고, 특히 그리스도교에 대한 대대적인 박해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지역을 다스리던 다키아누스 총독은 황제의 명령에 따라 기독교인들을 체포하고 배교를 강요했습니다.

빈첸티우스는 체포되어 총독 앞에 끌려갔지만, 그는 단호하게 자신의 신앙을 고백했습니다. 그는 과거의 우상숭배가 아닌, 예루살렘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진정한 신앙임을 밝히며, 어떤 회유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배교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그는 사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히게 되었지만, 그의 굳건한 믿음과 용기 있는 태도는 감시하던 병사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고, 일부는 그를 통해 개종하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빈첸티우스는 그의 자매인 성녀 사비나(Sabina)와 성녀 크리스테타(Christeta)의 도움을 받아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세 사람은 톨레도(Toledo) 서쪽의 탈라베라 데 라 레이나(Talavera de la Reina)를 지나 아빌라(Ávila)로 향하던 중 다시 체포되었고, 채찍과 몽둥이로 심한 구타를 당한 뒤 감금되었습니다.

고대 교회 문헌인 『로마 순교록(Martyrologium Romanum)』은 이들이 10월 27일에 순교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고문대에 묶인 채 팔다리가 부러지고 탈골되는 고통을 겪었으며, 이어 머리 위에 무거운 돌을 얹는 잔혹한 형벌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순교 후, 그들의 시신은 돌무더기 아래에 묻혔고, 시간이 흐른 뒤 그 무덤 위에 성인을 기리는 대성당이 세워졌습니다.

1062년, 이들의 유해는 부르고스(Burgos)의 베네딕토회 수도원으로 옮겨졌으나, 1175년에 다시 아빌라로 이장되었고, 그 유해를 모신 자리에 새로운 대성당 건축이 시작되어 14세기에 완공되었습니다. 이 성당이 바로 오늘날 아빌라에 위치한 성 빈첸시오 대성당(Basilica de San Vicente)입니다. 이곳은 중세 로마네스크 건축의 대표적인 예로 평가받으며, 순교자들의 신앙을 기리는 중요한 성지로 남아 있습니다.

한편, 2001년에 개정되어 2004년에 일부 수정 및 보완된 『로마 순교록』은 이들의 축일을 10월 28일로 옮겨 기록하였으며, 성 빈첸티우스와 그의 자매들은 오늘날까지도 아빌라의 순교자로 깊은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